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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ny

살고 싶었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2024 슈퍼블루마라톤 10K

 

 

2023년의 어느날 살고자 시작했던 달리기가 어느새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2020년, 2022년 난 두번이나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살면서 사소한 병치레도 잘 하지 않았던 내가 이런 일들을 겪고서 큰 충격을 받았다. 증상은 체한 듯이 가슴이 답답해 오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엔 체한 증상과 유사해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화제나 활명수 정도로 지나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인가 쎈 증상이 갑자기 덥쳐왔다. 숨을 쉬기가 너무 힘들었다. 내 주위에만 공기가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 번째는 가족들과 외출 준비중에 화장실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외출 준비를 다 하고 현관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아이들에게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아이들이 많이 놀라 토끼눈을 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까스로  와이프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얘기했다. 구급차가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5분 미만의 그 짧은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다. 10초가 10분 같았다. 구급차가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을때쯤 거짓말처럼 증상이 사라졌다. 119 구급대원분들께 연락해 죄송함과 양해를 구하면서 스스로 병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바로 병원으로 향했지만 동네 병원에서는 별다른 증상을 찾지 못했다. 다만 증상으로 보아 심혈관쪽 질환이 의심스러우니 큰 병원을 가보라는 권고를 받았다.

 

두 번째 증상은 더 쎄게 나타났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일어났다가 심하게 체한 증상이 있어 기시감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소화제도 먹어보고 집안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소화를 시켜보려 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호흡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더 심해지기 전에 119에 연락했고 구급대원이 도착할때쯤엔 증상이 최고조에 달했다. 구급차로 병원 응급실로 이동하면서 구급대원분께 너무 숨쉬기 힘들다고 몇 번 하소연 했던 것 같다. 기억조차 희미해져서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차량이 방지턱을 넘을때마다 그 충격이 크게 다가오는 듯 했고, 병원에 도착하기까지가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20~30분 대기하면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혹시 이대로 죽는 건 아닌지 겁이 나기도 했다. 이것저것 검사가 시작됐고 별다른 증상을 찾지 못했다는 실망스러운 답변만 돌아왔다. 아침이 되어 증상이 자연적으로 호전되었다. 병원측에서는 입원한 후에 정밀 검사를 진행해 볼 것인지 물어보았다. 당일 오후에 중요한 일정들이 몰려 있어 나는 일단 돌아가겠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아직 어린 아이들, 현재 경영중인 회사, 내가 쉰다면 집안 경제상황에 미칠 영향, 어떤 병원을 찾아가봐야 할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운동을 시작해볼까 등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생각에 잠겨 집으로 왔다. 후에 심장질환 전문 병원도 다시 찾아봤지만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했다. 증상으로보면 심혈관 질환이 의심된다는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기억이 무뎌지고 있었지만 건강 걱정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재미있게 즐기던 골프도 언제부턴가 의미없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의 건강에 조금 더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그래서 바로 걷기부터 시작했다. 걷는 시간동안 음악만 듣기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ebook이나 생산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투브 채널들을 시청하였다. 하루 평균 걷기운동으로 2~3만보를 채워나가고 있을때 달리는 러너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소실적에 달리기좀 했었는데..' 라는 라떼 시절 생각을 하다가 운동장 한두바퀴를 달려보았다. 역시나 숨이 금방 차올라 오래 달릴 수 없었다. '그래 이 나이에 달리기를 한다는 건 무리지..' 라고 자책하며 걷기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조심씩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렇게 2주 정도 지나니 나도 모르게 5K 이상을 달리고 있었다. 

 

트레일 러닝

 

어느날 지인에게 나의 최근 경험을 공유했다가 몇몇 달리기 대회를 추천받게 되었다. 호기심이 생겨 바로 신청해본 첫 대회가 제주도에서 매년 열리는 UTMB TRANS JEJU 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첫 대회를 산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으로 신청한 것이었다. 대회날 무지성 신청의 결과는 혹독하게 받았다. 멋모르고 오르막을 뛰어 오르다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도 받았고 숨쉬기가 너무 힘들어 중간중간 걷기도 했다. 하지만 완주후에 뿌듯함으로 모든 것이 미화되었고 그 날 이후 본격적으로 러너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첫 대회 - UTMB TRANS JEJU 10K